영화 「썬더볼츠(Thunderbolts)」는 마블 시네마틱 유니버스(MCU)의 새로운 국면을 열어가는 작품으로, 전통적인 슈퍼히어로들과는 다른 배경과 동기를 지닌 캐릭터들이 주축이 되는 이른바 '다크 히어로 팀업 무비'입니다. 각자 과거에 큰 상처와 죄를 안고 살아가는 인물들이 모여 하나의 임무를 수행하는 이야기로, 마블 특유의 화려한 액션과 더불어 묵직한 감정선이 어우러진 것이 특징입니다. 히어로가 아닌 이들이 세상을 구할 수 있을까라는 역설적인 질문을 던지는 본 작품은 기존의 마블 영화와는 차별화된 색채를 지니고 있어 많은 기대를 모으고 있습니다. 이 글에서는 등장인물, 줄거리, 그리고 총평에 이르기까지 영화의 전반적인 매력을 깊이 있게 풀어보겠습니다.
빛이 아닌 어둠에서 탄생한 팀
「썬더볼츠」는 기존 MCU에서 조연 혹은 악역으로 등장했던 캐릭터들이 팀을 이루며 진행되는 영화로, 각 인물들이 지닌 고유의 트라우마와 능력, 그리고 서사를 통해 극에 깊이를 더합니다. 중심에는 '엘레나 벨로바'(플로렌스 퓨)가 있습니다. 블랙 위도우의 동생이자 러시아 스파이로 훈련된 그녀는 냉철하고 빠른 판단력을 바탕으로 팀의 균형을 유지하려 애씁니다. 여기에 윈터 솔저 '버키 반즈'(세바스찬 스탠)가 합류하면서 팀은 더욱 복잡한 윤리적 딜레마를 안게 됩니다. 그는 과거 하이드라의 세뇌 병사였던 시절의 죄와 아직도 싸우고 있으며, 새로운 임무를 통해 스스로를 구속하던 족쇄를 끊으려 합니다. 레드 가디언(데이비드 하버)은 유쾌하면서도 다소 폭력적인 면모를 가진 전 러시아 캡틴 아메리카로, 가족애와 정의 사이에서 갈등하는 모습을 보여줍니다. 유에스 에이전트 '존 워커'(와이엇 러셀)는 캡틴 아메리카를 대신하려 했던 과거의 상처와 실패에서 벗어나려 하며, 고스트(해나 존-케이먼)는 자신조차 제어하지 못하는 투명화 능력과 통제되지 않는 분열 속에서 진정한 자아를 찾으려 합니다. 이들을 이끄는 배후에는 발렌티나 알레그라 드 퐁텐(줄리아 루이스 드레이퍼스)이 있으며, 그녀는 쉴드와 하이드라, CIA를 오가며 복잡한 음모를 꾸미는 인물로, 썬더볼츠 팀을 하나로 묶는 지배적 존재입니다. 이처럼 이질적인 인물들이 한데 모인 팀은 시작부터 긴장감과 불신, 그리고 내면의 갈등을 끌고 가며 영화의 중심축을 이룹니다.
죄와 속죄, 그리고 두 번째 기회의 작전
영화는 '세계 정부 연합'이 극비리에 조직한 팀, 일명 '썬더볼츠'의 탄생으로 시작됩니다. 이들은 전통적인 어벤져스와 달리 법과 도덕보다는 실용성과 위기 대응 능력을 우선시한 구성원들로 이루어져 있습니다. 전 세계적으로 퍼지고 있는 초인 범죄와 무기화된 생체 병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정부는 비공식적인 팀을 구성해 그림자 속에서 움직이는 임무를 수행하도록 합니다. 첫 임무는 동유럽의 폐쇄된 군사 연구시설에서 비밀리에 개발 중인 '젠 시드'라는 생화학 무기를 확보하고, 이를 국제 시장으로 유출하려는 조직을 막는 것입니다. 이 과정에서 썬더볼츠는 각자의 방식으로 정보를 모으고, 이탈리아 밀라노, 러시아 시베리아, 그리고 중동 사막까지 이동하며 추격전을 벌이게 됩니다. 하지만 문제는 내부에서 시작됩니다. 서로의 과거를 알고 있는 그들은 신뢰하지 못하고, 과거의 상처는 지금의 임무에도 영향을 미칩니다. 엘레나는 사람을 살리기보다는 효율을 따지는 팀의 방향에 의문을 갖고, 버키는 자신이 다시금 '병기'로 이용당하는 것은 아닌가 하는 두려움에 사로잡힙니다. 한편 고스트는 임무 도중 폭주해 통제를 벗어나고, 이를 수습하려는 레드 가디언과 존 워커는 팀 내 갈등을 고조시키며 충돌합니다. 그 가운데, 발렌티나는 '젠 시드' 무기가 사실 단순한 생화학 무기가 아닌, 인류 유전자 조작을 위한 '차세대 통제 기술'임을 숨기고 있었고, 이 정보를 우연히 엘레나가 알게 되면서 갈등은 절정에 이릅니다. 결국 썬더볼츠 팀은 둘로 갈라지고, 한쪽은 발렌티나의 지시에 따르려 하고, 다른 한쪽은 인간의 자유 의지를 위해 이를 막으려 합니다. 클라이맥스는 알프스 산맥의 한 비밀 기지에서 벌어지는 대규모 전투로, 팀원 간의 싸움과 최후의 결단이 긴장감 있게 전개됩니다. 엘레나와 버키는 끝까지 진실을 지키기 위해 고군분투하며, 결국 '젠 시드'는 파괴되고, 발렌티나는 모습을 감춘 채 영화는 여운을 남긴 채 마무리됩니다. 이 과정 속에서 팀원들은 각자의 죄를 마주하고, 완벽하지 않아도 서로를 믿는 선택을 통해 '영웅'이 아닌 '인간'으로서의 의미를 되새기게 됩니다.
마블의 새로운 얼굴, 다크 히어로들이 남긴 묵직한 메시지
「썬더볼츠」는 MCU의 흐름을 전환하는 이정표 같은 작품입니다. 기존의 '정의의 히어로' 대신, 결점 많고 고통스러운 과거를 지닌 인물들이 등장하면서 영화는 훨씬 인간적이고 현실적인 울림을 줍니다. 영웅의 정의란 무엇인가, 누가 구원받을 자격이 있는가라는 주제는 영화 전반을 관통하며, 강렬한 액션과 깊이 있는 드라마가 절묘하게 어우러집니다. 플로렌스 퓨, 세바스찬 스탠, 와이엇 러셀 등 배우들의 연기는 각자의 내면을 설득력 있게 그려내며, 팀 내 긴장과 감정의 갈등을 생생하게 전달합니다. 또한 영화는 팀워크라는 개념을 재정의합니다. 이들은 완벽하지 않지만, 서로의 결함을 인정하며 나아가고, 그 과정에서 진짜 팀이 되어갑니다. 액션 장면은 마블 특유의 스케일을 유지하면서도, 전투의 윤리적 질문을 함께 던져 단순한 쾌감에 그치지 않습니다. 「썬더볼츠」는 실패한 과거를 딛고 다시금 '무언가를 지키고 싶은 마음'을 품게 된 이들의 이야기입니다. 마블 세계관에서 이제껏 보지 못했던 어두운 시선과 깊은 인간성이 이 작품을 특별하게 만듭니다. 정답 없는 세상에서, 선택과 책임, 용서와 희망을 고민하는 이 영화는 분명히 오래도록 기억될 마블의 또 하나의 진화라 할 수 있겠습니다.